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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yun현 2007. 3. 11. 00:09
가족과 함께 부산에 내려왔다.
나는 역시 시내를 돌아다니며 밤을 보내고 있었다.
옆에 있는 녀석이 칭얼댓지만, 2차의 장소는 사근사근하게 생긴 삐끼-호스트 인 듯-를 따라 한 지하의 바로 내려갔다. 무슨 일에선지 하얀색 일색인 나의 동행께서는 부루퉁해져서 술에 취한 듯 잠에 취한 듯 하며 내 옆에 누웠다.

"뭐 마실래? 속 안 좋으면 쥬스 시킬까?"

녀석의 머리를 내 오른쪽 허벅지 위로 옮겨주고 물었으나 아무 말 없이 자는 척한다. 몇 번 추궁해도 꼼짝 안 해 할 수 없이 내가 마실 것만 시켰다. 우리를 여기까지 안내한 녀석은 한 건 잘 못 잡았군하는 얼굴로 시큰둥한 표정으로 기본안주를 집어먹고 있었다(호스트는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...)
글라스 양주 중 그나마 재일 비싼 것이 7000원이었다. 이것을 시키고는 다시 앞에 앉은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. 나이는 나와 비슷한 정도인가, 얼굴은 조금 더 나이 든 것 같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나보다 어려보이길래 내린 결론, 아니 하긴 나의 왜소한 몸집에 비교해선 안 되는 것이겠지...
시킨 것은 제법 달콤한 맛인 진한 양주였다. 평소 취향이 깔루아계통이었기 때문에 아주 만족하며 마셨다. 앞의 녀석도 따라주면서. 글라스로 시킨 것은 어느 샌가 병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어떻게 그리 된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. 그 다음부터의 기억은 짤막한 토막으로 쪼개져 머리 속에 무질서하게 흩어져 버렸다. 조금씩 조금씩 짜맞추어 이야기 한다면 일단, 잠이 들어버린 동행을 놔두고 이 녀석과 함께 나와버린 것. 3차가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다. 아니 술을 마신 기억도 뭔가 먹은 기억도 없지만, 바같기도 하고 패스트푸드 점의 한 귀퉁이기도 한 듯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.
밖으로 잠시 나왔던 때, -아마도 어딘가의 테라스 인 듯한- 내가 한 말이 기억난다. 무언가, 연애에 대한 이야기(섹스에 관한 이야기였을지 모른다) 도중이었던 듯 하다. 나는..

"나는 어릴 때 내가 여자라고 생각했고 조금 커선 남자라고 생각했지. 하지만 지금은 나도 모르겠어. 난 남자도 여자도 아니야"

내가 말해 놓고선 조금 씁쓸해져서 고개를 숙였다.
별안간 등 뒤의 공간이 차가운 겨울의 바람이 아닌 생물의 온기가 묵직하게 느껴졌다. 안아본 적은 있어도 생물에게 안긴 적은 없다. 그걸 즐기지도 않았다. 그래서 조금 거북했다. 뿌리칠려고 했으나 겨울바람이 너무 추워서인가, 생물의 온기에 배고픈 난 조용히 있었다.

"아까 널 처음 봤을 때 넌 문이 닫힌 오락실 바깥에 있던 기계에 돈을 집어 넣고 있었어. 기계가 돈을 먹었는지 기분 나쁜 듯 발로 차고 있었지"

분명 기억의 한 조각에 생각이 난다. 펀치를 한 방 때리는 건 또한 술 마시고 즐거운 관례 아닌가. 분명 동전을 집어 넣었으나 기계는 작동하지 않고 돈도 뱉어 내지 않아 술김에 조금 때려주었던 것 같다.

"그 때 이상하게 니가 눈에 띄었어. 굉장히 커다랗게..."

테라스에서 나의 기억은 거기까지다. 그 다음 기억은 녀석의 부드러운 입술이었다. 먹음직스럽게 도톰하고 아까 마신 양주같이 달콤하고 그리고 부드러운, 그 입술을 탐하였다.
주위는 무채색에, 이전에 칭얼거리던 내 동행보다는 훨씬 하얗지 않은 피부였으나 주위의 거무튀튀한 무채색 때문인가 그의 몸은 더욱 눈부셨다. 하얀 상반신 위의 귀엽기 피어오른 한 송이의 꽃같은 유두를 머금으며 상반신에도 손을 뻗쳤다. 헐떡이는 얼굴의 숨소리가 더욱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. 하반신을 벗겼을 때의 의외의 단소가 눈에 띄었다. 그의 귀여운 페니스는 한 손에 모두 잡혔다. 사실 욕망의 정도와 반비례하게 나의 섹스 경험은 거의 전무하기에 나의 테크닉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은 듯 했다. 이 녀석이 자신의 허리를 흔들며 페니스를 잡고 있는 나의 손에 비빌 때는 보이지 않는-발기할 수 있을리 없는 내 것이 솟아오른 것을 느꼈을 정도로 오싹했다. 약간 부끄러운 듯 눈을 감고 있는 그 얼굴과 하얀 몸의 유두 그리고 유혹하는 허리 움직임과 녹아들 듯한 입술은 나를 온 몸으로 발기하게 해 버릴 정도로 흥분되는 것이었다.

그 달콤함을 끝으로 내가 기억하는 건 집이었다. 부모님은 밤에 그렇게 술마시고 업혀들어오냐고 추궁하였다. 혹시 그 녀석인가 생각하여 누가 업고 들어왔냐고 해도 그냥 키 큰 녀석이 업고 내려다 놓고 바로 갔다고 하여 나도 알 수 없어져 버렸다. 생각해 보면 폰번호도, 이름도 몰랐다. 연락할 길은 어디에도 없다. 가방을 열어보니 웃기게도 어젯밤 맛있게 먹었던 그 달콤한 양주가 반 정도 남아 찰랑거리는 병에 담겨 조용히 날 기다리고 있었다.




기억해내려고 해도 뛰엄한 어젯밤. 다시 어제 간 곳을 되집어 보았다. 어디부터가 기억이 사라지기 시작한 건지도 모르겠다. 몽롱했던 어제 밤을 되집으려니 나도 함께 몽롱해지는 듯했다. 아니,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. 내가 다시 기억하는 건 오늘 또 늦게 들어가면 잔소리를 듣겠군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양주병을 나발불었던 것, 그래도 마셔고 마셔도 어제같이 취하지 않는다는 사실뿐이다.
무언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더욱 기억이 안 난다.

그래, 기억이 안 나는 저 뿌연 안개 사이에 기억하는 건 그가 어딘가에 글을 남겼다는 것이다. 분명, 흥분되는 첫 만남에...인가 두근거리면서도.. 뭐한 당신이었던가 뭐 그런말로 시작한 두 세 페이지 짜리 편지같은 것이었는데
그걸 읽으려던 찰나 옆의 친구가 이야기를 걸어 읽기를 중단했어야 했다.. 왜.. 그 뒤는 무얼까. 다시 그 녀석을 볼 수 있을까.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...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한 채로 어서 읽고 싶었지만 끝내.. 나의 사고가 살아있는 한에서 나는... 읽지.. 못했다.







(2002)